*벡터 60분 전력 (#ベクター版よからぬお絵描き60分一本勝負) 참가작
*주제: 다름 (違う)
*성애적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나, 특정 커플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부디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일본어 번역본: utopia-m.tistory.com/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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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다 못해 짜증나는 문구였다.
소설이나 드라마 따위에서 흔히 나오지 않는가. 그저 웃는 얼굴을 보여주면 충분하다거나, 네 웃는 얼굴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뮈든 하겠다거나. 터무니없는 데도 정도가 있지. 고작 표정 하나인데.
물론 맥락은 이해한다. 그만큼 대상이 소중하단 걸 나타내는 과장법. 허나 이해하는 것과 짜증은 별개인 법이라서. 그냥 다른 표현을 써도 되지 않았을까? 찾아보면 많을 텐데. 가령 너는 우는 얼굴마저 밉지 않다거나. 이쯤이면 웃는 얼굴에 대한 집착으로까지 보인다.
"......"
문득 녀석을 떠올렸다. 지금의 내가 비교적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 미소가 습관이라 해도 좋은 호인. 허나 그뿐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녀석의 웃는 얼굴은 내게 그리 대단한 파문이 되지 못했다. 난 평생 이해 못하는 감각일까. 별로 상관 없지만. 막연하게 결론지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녀석의 성격상 어마어마한 잘못으로 불려가진 않았을 텐데. 벽에 기대선 몸을 일으키곤 고개를 들었다. 무뚝뚝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교무실의 문패. 슬슬 기다리기 지겨운데. 그냥 먼저 가버릴까.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무렵, 드르륵 교무실 문이 열렸다.
"어라? 벡터, 지금까지 기다려준 거야?"
"그럼 내가 심심해서 이 시간까지 여기 있었겠냐."
"...엄청 기뻐! 먼저 갔을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 끝났으니 같이 돌아가자!"
카멜레온처럼 뒤바뀌는 표정. 놀란 기색을 드러내다가도, 곧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끈다. 세간에서 그토록 찬양하던 그 웃는 얼굴이다.
아마 나는 변하지 않겠지. 녀석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일도, 녀석이 바란다는 이유만으로 세계를 위해 희생할 일도 없으리라. 녀석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걸. 다만 이 세계를 기반으로 녀석이 웃는다면. 녀석의 미소가 이 세계의 평화를 전제한다면, 같이 평화를 빌어주는 정도는 해볼 만하려나.
"그래서 교무실은 왜 불려간 거야?"
"그게 말이지..."
짜증은 어느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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