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 60분 전력 (#ベクター版よからぬお絵描き60分一本勝負) 참가작
*주제: 천사 (天使)
*성애적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나, 특정 커플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부디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일본어 번역본: utopia-m.tistory.co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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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봐, 벡터. 마침 소문의 주인공이 있어."
노을에 잠긴 교실. 둘만의 시공간. 창가 너머를 내려다보며 방과 후의 한가함을 함께 만끽하던 녀석은, 문득 즐거운 어조로 내게 손짓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덴 일인자인 녀석이니, 또 시시한 헛소리를 늘어놓겠지만... 한가하니 어울려줄까. 천천히 의자를 벗어나 녀석의 옆에 섰다.
"저기야, 저기. 교문 바로 앞의 저 아이."
"지금 손 흔드는 쟤?"
"맞아. 저 아이가 '천사'야."
천사. 녀석이 말간 미소로 입에 담은 단어는 한창 교내에서 유행하는 고유명사였다. 삼학년 중에 굉장히 아름답고 상냥한 학생이 있다나. 그 매력을 칭송하며 대다수가 그 학생을 천사라 부르는 모양이다.
조목조목 그 학생을 뜯어보았다. 친구라도 만난 건지,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가. 큰 동요 없는 얌전하고 무해한 제스처. 과연 소문의 주인공인가. 납득할 근거는 쉬이 찾을 수 있었다.
"이유 있는 소문이었구나. 천사란 말이 잘 어울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응? 벡터가 보기엔 별로야?"
창가에 등을 보인 채 난간에 기대어 섰다. 꿈뻑, 꿈뻑. 의아함으로 물든 녀석의 눈동자. 무어라 반론하진 않았지만, 의견을 바꿀 생각은 먼지만큼도 들지 않았다.
저 인간이 천사라 칭해지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저 이해할 뿐이다. 나까지 천사라 부르고 싶진 않다. 근사한 돌맹이를 보는 정도의 기분이다. 아름답고 상냥하면 천사라니, 인간은 참 단순하네. 애시당초 '천사'는 그런 단어가 아니잖아. 신과 인간의 중개자. 거룩하고 지혜롭고 성스러운 영靈이거늘. 비유법인 걸 감안해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있지, 그럼 벡터는 어떤 사람이 '천사'라 생각해?"
툭 떠맡겨진 녀석의 질문. 나한테 천사인 존재라. 친히 인간의 기준에 맞춰준다면, 아름답고 상냥할 뿐만 아니라 선량한 인물상일까. 남을 구원해줄 수 있는 그런 인간. 그래, 가령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이라거나...... 아."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속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은 게 당연지사. 타임머신은 탈 수 없어서, 기억을 지울 수도 없어서, 결국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가는 게 최선이었다.
...녀석은, 무슨 표정을 했을까. 화난 음성이 쫓아오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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