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 60분 전력 (#ベクター版よからぬお絵描き60分一本勝負) 참가작
*주제: 몽중 (夢中)
*성애적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나, 특정 커플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부디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일본어 번역본: utopia-m.tistory.com/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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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문을 열어젖혔다. 뺨을 스치는 여름의 향기. 엷은 라일락빛의 하늘. 절경을 배경으로 저편의 인물이 뒤를 돌아본다. 마주한 녀석이 이윽고 함소를 피워낸다.
"무슨 용건이길래 옥상까지 불러내..."
"벡터! 드디어 왔구나!"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녀석은 튀어나오듯 내 품을 안겨들었다. ... 잠깐만, 지금 뭐라고? 안겨? 녀석이 나한테? 부드럽게 더해지는 녀석의 체중. 균형을 잡으려 뒤로 물러난 왼발. 착각이라기엔 극히 짙은 감각이다. 녀석의 체온이 뇌를 녹여낸다.
"보고 싶었어, 벡터! 엄청 기다렸다고!"
유하게 휘어 웃는 눈매. 반쯤 잠겨든 눈동자에 넘쳐흐르는 애정. 꽃물을 들인 눈가로 벚꽃색 말을 늘어놓는다. 달다, 달콤하다. 시야가 아찔해지는 감미. 사랑스레 감겨오는 녀석의 양팔. 이거 혹시 벌칙게임이야? 누군가랑 내기했어? 질문을, 질문을 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인어공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마취된 의식 사이로 문득 날카로운 고백이 꽂힌다.
"좋아해, 벡터! 나 벡터가 정말 좋아!"
아, 이거 꿈이구나. 삽시간에 현실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그렇잖아. 녀석이 오로지 나만을 위해, 이런 얼굴로 이런 말을 해줄 리 없는걸. 돌이켜보면 벌칙게임이라도 남의 심장으로 장난칠 성격은 아니야. 이건 분명 내 꿈속이겠지. 내 잔재가 투영된 거야. 녀석과 맞닿았던 경험. 녀석과 공유하는 기억. 그리고 어쩌면 간원했을...
"벡터... 혹시 나 무거워? 이만 떨어질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한 팔로 살며시 녀석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뒤이어 반대편 손으로 감싸쥔 녀석의 뺨. 동작에 맞춰 움찔대는 기색이 피부로 전해진다. 나만을 담아내는 커다란 눈동자. 아까까지의 기세 대신 수줍음만 들어찬 표정. 두 사람의 간격이 곧 3cm가 된다. 내 꿈이라면, 솔직해도 된다면 나는.
"눈, 감아도 돼."
목격자도 피해자도 없는 완전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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