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ctor(Yugioh ZEXAL)/한국어(原文)

20201205 검

마야マヤ 2020. 12. 5. 23:00

*벡터 60분 전력 (#ベクター版よからぬお絵描き60分一本勝負) 참가작

*주제: 검(剣)

*성애적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나, 특정 커플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부디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일본어 번역본: utopia-m.tistory.com/9

┗한글 원문 작성 후 번역기를 사용하기에 문법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커터칼을 내려놓았다. 검지손가락의 끝, 깔끔하게 베인 살점 사이로 검붉은 색이 어렸다. 커터칼에 남은 것과 같은 색. 이건 또 무슨 재수 없는 상황인지. 미간을 구기며 혀를 찼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피가 흐르긴 커녕 맺히는 것이 고작이니, 그 얕음이 눈에 훤하다. 그런 주제에 옷깃만 스쳐도 따끔따끔 비명을 질러댄다. 정체성을 과시하듯 점차 열기를 띈다. 낯설고 불유쾌한 감각. 인간의 육신이기에 이런 사소한 통증도 더 크게 다가오는 걸까. 만에 하나 그렇데도 우습다.  

"이 정도로 죽을 리도 없는데."

분풀이처럼 건조한 목소리를 울렸다. 그래, 아무리 무르고 무능한 인간이라도 이 정도 상처로 죽진 않는다.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견딜 수준은 된다. 그 정돈 바리안인 나라도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다. '어마마마' 때만 해도 바닥에 심해가 고여있었는걸. 두 손으로도 채 가릴 수 없는 크기였지. 얄팍한 인간의 몸에서 그만큼 나올 수 있다니 제법 놀랐다고. 내가 한 짓이었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이런 상처는 아무렇지 않아.

전생부터 지금까지 온갖 심해를 거쳐왔다. 내가 말하기에도 우습지만 그야말로 온통 나락가였다. 그에 반해 일일이 시선을 주어야 겨우 인지할 수 있는 상처라니. '신게츠 레이'에게도 써먹을 수 없는 안건이다. 잊어버리면 어느새 흔적도 없이 나아있겠지. 나 하나만 부정하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게 될 테다. 그뿐이고, 그게 전부다.

내 통점은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을 텐데.

"나 왔어, 신게츠! 아직도 숙제 안 끝났... 다쳤어?"

요란하게 열리는 교실문. 잠시 자리를 비웠던 녀석이 곧 다급한 투로 다가온다. 아, 너무 정신을 놓고 있었나. 손을 감추려 했지만 녀석이 더 빨랐다. 빼앗은 그대로 상처를 살피는 시선. 대단한 것도 아닌데 괜히 부채질은. 겨우 가장한 냉정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벼, 별거 아니에요! 필통에서 커터칼좀 꺼내려다 실수로... 엄청 작은 상처니까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작아도 상처는 상처잖아! 이러다 흉지면 어쩌려고! 보건선생님 아까 집에 가시던데... 아!"

별안간 마주보게 앞자리에 앉는 녀석. 이제는 부산스레 제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뭘 찾는진 모르겠지만 내 손은 좀 놓고 해도 되지 않나. 그리 생각하면서도 녀석이 하는대로 놔두었다. 어떤 대단한 물건을 찾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찾았다! 신게츠, 잠시만 기다려."

환호를 지르다시피 한 녀석이 꺼내든 건 다름 아닌 반창고였다. 상처에 붙이는 그 반창고. 설마 나한테 저거 붙여주겠다고 그 난리를 피운 건가.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이 녀석이라면 그 설마가 맞겠지. 어디까지 좋은 사람 행세를 하려는 건가. 무어라 장난이라도 치려다 곧 그만두었다.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데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 짓기는. 하여간에 다방면에서 이상한 녀석.

"...있잖아, 신게츠."

한참을 꼼지락대다 스르르 거두어진 손길. 녀석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대답 대신 시선을 마주했다. 어쩐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엑스칼리버라든가 듀랜달처럼 전설적인 검은 역시 적은 편이 좋은 것 같아. 검에 전설이 붙을 정도면 사람들이 엄청 싸웠다는 거니까. 허구의 전설이라 해도 누가 죽거나 다치는 이야기는 별로 즐겁지 않은걸. 지금도 그렇고." 

그리 중얼거린 녀석은 창밖으로 고개를 틀었다. 역시나 또 헛소리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전설은 전설일 뿐이고, 전설이 붙지 않은 검이라도 인간은 쉬이 죽는데. 흉기가 식칼인 살인사건도 실제로 존재하잖아. 입술을 달싹이다 문득 녀석을 따라 창밖에 시선을 던졌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진 탓일까. 그리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노을로 물든 풍경이 늘어선다. 하늘도 건물도 사람도 온통 붉은색으로 잠기는 게 심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독히도 닮은 색이지만, 이 심해는 검도 시체도 비명소리도 필요 없다. 약속처럼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고 둘러대기로 하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반창고가 단단히 감긴 검지손가락은, 더는 따끔따끔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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